묵상

시편 22편 – 지옥 같은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은 응답하신다

수쑹 2025. 4. 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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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22편을 다시 읽었다. 수없이 읽고, 들었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구절들 속에서 이번엔 예수님의 십자가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내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시편 22편은 다윗의 탄식으로 시작한다. 마치 하나님께 철저히 외면당한 것 같은 절규, 그리고 고통과 외로움, 조롱과 절망이 뒤엉켜 있다.

이 구절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외치신 바로 그 말씀이기도 하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마태복음 27장에 기록된 그 절규는 단순한 고통의 표현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이 절규를 통해 시편 22편 전체를 떠올리게 하셨고, 자신의 고난이 단순한 인간적 고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안에 예언된 일이었음을 드러내셨다.

읽다 보면 멈칫하게 되는 구절들이 있다. "내 손과 발을 찔렀나이다", "내 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뽑나이다." 다윗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었을까? 그의 시대에는 십자가형도, 로마 병사도, 제비뽑는 풍습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장면이 기록될 수 있었을까?

이 시편을 읽다 보면 하나님이 응답하지 않으시는 듯한 묘사, 개들과 악한 무리가 에워싸는 장면, 죽음에 내몰린 듯한 표현들 속에서 지옥과 같은 고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시편은 지옥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 철저히 버림받은 듯한 영적 고통의 절규이며,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지시며 겪으신 하나님의 침묵과 진노의 무게다.

예수님은 실제로 지옥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와의 단절을 경험하셨다. 그 단절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가 십자가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편 22편은 그 절망 속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주의 이름을 형제에게 선포하고 회중 가운데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 절망으로 시작한 시편은 찬양으로 끝난다. 하나님은 외면하신 것이 아니라, 고통의 순간조차 다 아시며, 마침내 구원하시는 분이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이 지옥처럼 느껴진다 해도, 하나님은 끝내 응답하시고, 회복하시며, 찬양하게 하신다.

"죽음 가운데서 구원하시며, 모든 나라가 주께 돌아올 것이다." 시편 22편은 고난 가운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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